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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싸름한 감정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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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구름☁ 2024. 1.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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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눈치챘다. 아니, 내가 눈치챈 것이 당신의 진심임에 틀림없으리라 믿고 싶었던 쪽이 더 가깝겠다.
내가 갈구하던 물증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두 손에 잡은 것들은 당신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심증이었다.
내가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생각은 단순한 신뢰의 의미가 아닌,


나의 욕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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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몽블랑 알아요?
당신 이름 말고요. 밤으로 만든 디저트.
어릴 때 먹어봤는데.

처음엔 고소하고 쌉쌀한 게 어린아이에게 끌릴 맛이 아니면서도, 입가에 머무는 달달함에 가끔 어머니께 사달라고 졸랐거든요. 어떨 땐 가장 좋아하는 생크림 케익보다도 먹고 싶을 만큼.

당신의 이름이 우연일지라도, 왠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먼저 챙겨줘야지, 힘들 땐 도와드려야지, 라고 생각하다 정신을 차리면
당신에 곁에 먼저 다가가있는 건 저였어요.
보호자를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저는요, 아직 어린아이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봐요.
사람을 단순히 겉으로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 행동을 앞세우지 말고 계속 생각해라. 그런 말들을 질리도록 들었음에도 채 풀지 못한 반항심에, 어른들의 말을 무시했어요.

그리고 동시에 그들을 동경했어요.
내가 저 어른들처럼 자라면, 원하던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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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빠져나가고 싶어했다.
저의 곁에 있는 전부를 스스로 선택하려는 이기적인 자이며
저의 앞에 불어오는 추위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피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강하다면 강하지만, 약하다면 약했다.
하고 싶은 말을 했고, 하고 싶은 일을 했다.
다행히 나의 고집을 받아줄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에 예민해졌다.
스스로 딛고 일어서는 법 대신 절대 넘어지지 않는 법을 택했다.

 
때문에 겨울이라는 계절은 내게 장애물이라는 인상 밖에 주지 않았다.
차가운 바닥에 미끄러지기가, 혹은 한기가 스며든 타인의 언질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를 거대하고 단단한 틀 속에 가두고, 방해되는 존재를 확실히 없애기 위해 얇은 천을 두르고 가벼운 사람 행세를 했다.
이 곳만은 안전할 테니.
 
덕분에 주변에 썩 많은 사람을 뒀지만, 진심으로 나를 이해해주는 이들은 몇 되지 않았다.
이해해준다고 믿는 이들조차 사실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같은 인간의 친절을 거부하고 그럴듯한 차림새만을 갖춘 껍데기들의 말로는 그래왔다.


그렇게 이십년 남짓한 삶을 살아온 내가, 당신이라면 잠시 틀의 마모된 틈새를 가로막지 않아도 되겠지.
당신이 있는 겨울이라면, 버틸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던 건 언제부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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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세요? 전 생각보다 사람을 못 믿는 거.
모두를 진심으로 대하고 싶어도~제가 상처받기 싫어서, 그런 바보 같은 마음에 모두를 좋아하는 '척'만 해왔어요.
제가 모르는 새에 당신에게도 그랬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당신은 달랐어요.
어떻게든 허울뿐이라는 증거를 찾아봐도, 제 노력은 역부족이에요.
보다 보면 떠올라요. 이 사람이라면 곁을 내어줘도 되겠다, 이 친절을 오래 느끼고 더 가까이 있고 싶다는...그런 생각들이요.

.....

아하하, 저도 모르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놨네요!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냐고요?

...좋아한다고요. 이성으로서.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건....저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네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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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속박된다는 감정은 질색이었다.
간악한 어른들의 움직임에 흔들리는 꼭두각시만큼은 되기 싫었다.
내가 전부 당한 후에야 그 배후가 있음을 깨닫는 것은 최악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감정을 스스로 일깨웠다.

알고 싶었고, 함께 있고 싶었고, 할 수 있다면 가지고 싶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 아이의 욕심은 무릇 그런 형태이기에,
곧 있으면 지나갈 감정이라 섣불리 생각해버렸기에,
그것이 전부 자랄 때까지 나는 애써 나의 진심을 등지고 행동했다.
그토록 증오하던 어른들로부터 보고 배운 것처럼.

내 진심을 당신에게 전부 전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남에게 감정을 표출하는 데 서투른 내가 상처를 주기라도 할까 두렵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그런 내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이제 내가 당신의 손에 내 진심을 담아줄 차례다.

...얽혀있던 실마리는 이미 풀렸다.
당신이 내게 한 그 말 한 마디에 내가 동요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중요한 증거였다.
알아채기엔 늦었을지 몰라도, 당신과 나 사이 관계의 종결시간은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숨겨왔던 증거는 같은 결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으로 나와 당신의 마음이 통했다면, 내가 당신의 손을 잡아줘야지.

당신이 나와 같은 틀에 사로잡혀있었다면, 이번만큼은 내가 그걸 깨뜨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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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저는 생각하는 것보다 단순하고 제멋대로일 지도 몰라요.
겉은 이래도, 당신이 오랫동안 봐왔던 어린아이들에 가까울 지도 몰라요.
그래도 당신이 나를 이런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주겠다면,

 


사랑해요. 우리.